지도상에서 범례표기는 세계적으로 공통된 것이 아닙니다.
지도 기호는 어느 나라건 그 국가나 기관에서 제작한 지형도에 준하는 것이 원칙이나 그 국가나 제작시기, 축척, 도식 등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하나로 통일된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국토지리정보원의 전신인 건설연구소에서 1969년 8월4일 건설부령으로 제정한 ‘지도도식규칙’에 의해 처음으로 1:25,000 지형도가 제작되었고, 현재는 2002년에 개정된 ‘지도도식규칙’에 따라 각종 지형도가 제작되고 있습니다.
이 규칙 제3조 2항을 보면 ‘도식이라 함은 지도에 표기하는 지형,지물 및 지명 등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기호나 문자 등의 크기, 모양, 색상 및 그 배열방식 등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으며, 제4조에는 기호 및 선의 종류에 대해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도식적용 규정에 따라 지형도에 표시하는 기호는 도로, 철도, 교통과 관계있는 인공물, 경계, 건물, 각종 건물기호, 각종 목표물, 특정지구, 수부, 지류, 지형 등으로 분류되고 다시 세분화됩니다.
우리나라 지형도의 역사는 어쩔 수 없이 일제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1918년 조선총독부에 의해 제작된 1:50,000 지형도가 그것입니다. 이 지형도는 해방된 뒤에도 내용을 수정하여 우리 손으로 제작하기 전인 1960년대 초까지 사용되었었는데, 그래서인지 1969년에 작성된 ‘지도도식규칙’의 내용을 보면 일제 때 지형도나 일본 국토지리원의 지도도식과 유사한 점이 매우 많습니다. 일제 지형도에 쓰였던 기호 가운데 아직까지 우리 지형도에 그대로 사용되고 있는 기호로는 파출소, 소방서, 병원, 광산, 온천, 높은 탑, 기념비,묘지 등이고, 현재 일본의 지형도와 같은 기호도 공장, 등대,문화재(일본은 사적명승) 등이 있습니다.
이 가운데 그 유래로 문제가 되는 것이 소방서, 온천, 병원, 묘지, 파출소 기호입니다. 매우 부끄러운 사실이지만 현재 한국 지도범례에서 사용되는 소방서 기호는 원래 일본 에도(江戶)시대에 죄인의 목을 눌러 체포할 때 사용하던 도구의 일종인데, 메이지(明治)시대부터 소방용 갈고리로 사용한 데서 유래된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목욕탕의 심볼로 많이 이용되고 있는 온천 기호는 옛날 일본 온천에서 사용되었던 탕조(湯槽)와 온천 증기를 도안화한 것이고, 병원 기호는 구 일본군 위생대 부호를 도안화한 기호입니다.
또한 묘지 기호는 측면에서 본 묘비를 도안화한 것이고, 파출소 기호는 옛날 일본 경찰이 조선인을 괴롭히고 애국인사를 고문할 때 사용하였던 육척봉(六尺棒)을 교차한 형상을 도안화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밖에 열쇠구멍을 도안화한 창고 기호도 일본에서도 옛날에나 사용되었던 것인데 한국은 여전히 법제화해서 이 것을 지도 범례표기로 사용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또 다른 예로 도식규정 제126조(지형)와 제127조(지형표시방법)에 따르면 ‘지형은 지표면의 기복상태를 말하며, 벼랑, 바위 등의 모든 특수지형이 포함되며, 지형은 등고선으로 표시하고 등고선으로 표시하기 곤란한 부분은 바위 등의 기호로 표시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특수지형 기호는 등고선만으로 명확하게 표시하기 어려운 특수한 지형을 나타내기 위한 등고선의 보조기호로, 특수지형의 형태를 연상할 수 있는 회화 또는 디자인적인 기호를 고안하여 사용하게 된다고 되어있습니다.
이처럼 지도범례는 각 나라마다 그 나라의 문화와 전통, 지형, 과학 발전 등에 따라 차이가 납니다.
세계적으로도 한 국가의 지형도가 사회정세의 변화에 얼마만큼 대응하고 있는가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지도범례기호를 보면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사회의 변화에 따라 기호가 바뀌거나 새롭게 디자인되고 있다면 그 나라야말로 지도 선진국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은 여전히 더 이상 일본에서도 사용하지않는 식민지시대 유산인 일본 에도시대 표시를 지도의 범례로 규정해서 사용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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